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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자의 회고 2022

새로운 출발은 늘 설레인다. 오롯이 내 자신을 증명하고 시작한 새로운 틀 안에서 꾸었던 꿈이 내게 맞지 않는 틀이었다는 것을 알기까지는 그리 오랜시간이 걸리지 않았지만 말이다. 당연하다고 생각되었던 것이 하나 둘 불안감으로 뒤얽히고 또 하루하루 목을 죄었다. 헛된 희망이라도 나는 스스로 일어서고 싶었지만 그것은 나의 안일한 생각이었나보다.

새출발

2021년 9월, 오랜 준비기간을 걸쳐 새로운 보금자리를 찾았다. 새 직장을 갖기까지 조금 긴 시간이 필요했다. 당시 3년차 Front End 개발자였던 내가 원하는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 그동안 사용했던 legacy 강한 frameworks들을 뒤로하고 내가 원하는 Full Stack 개발자를 준비하는데까지 결코 짧은 시간은 아니였기 때문이다. 물론 그 준비하는 과정에서 정말 ‘준비’만 했었던것은 아니였다. 나름 좋은 아이디어들을 갖고 있었고 사업성이 높은 프로젝트도 열심히 준비했으니까.

2022년 Canada 3대 Telecomunications 회사중 한곳에 사용될 microservice 프로젝트에 참여하여 짧지만 강렬한 경험을 쌓았다. 예전 회사에서 수동적으로 사용했어야만 했던 기술들이 아닌 내가 원하는 기술들로 작업을 하는것이 힘들지만 보람찼고 능동적으로 커리어를 쌓아가는 것에 대한 강한 자부심을 느꼈다. 이전에 사용했던 Version Control, CI/CD tools도 달랐지만 결과적으로 내가 사용하고 싶은 기술들이였기 때문에 만족도가 높았다. 또한 다른 tools를 사용하면서 이전에는 깊은 이해없이 사용했었더라면 지금에 와서는 보다 더 깊은 이해를 할수 있어 뿌듯했다.

맞지않는 틀

Digital Consultancy and Solutions. 이 단어는 내 가슴을 울리기에 충분했다. 나는 어렸을때부터 무에서 유를 창조해 내는것을 좋아했고 IT industry에서 출중한 실력과 Tech 트랜드에 민감한 개발자, 디자이너들과 다양한 프로젝트들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이로인해 한단계 더 성장할 내 자신에 대한 기대 또한 컸다.

여느 SI업체와 다름없이 우리의 프로젝트는 Clients의 의뢰에서부터 시작된다. Client의 의뢰가 들어오면 회사에서 알맞은 팀원들을 이루어 프로젝트에 대한 준비가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회사의 한 일원으로서 자신이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하는 것. 당연한 것이겠지만 상황은 내 계획과는 무관하게 흘러갔다. 프로젝트 수급이 맞지 않아서일까…

프로젝트를 끝내고 대기 하는 시간이 길어지고 무료함의 시간은 늘어만 갔다. 물론 그시간 내가 시간을 허투로 보내지는 않았다. 회사내 DevOps를 서포트하고 회사에서 지원하는 기술 트래이닝에서 부족했던 BackEnd, Unit Tests Skills 을 익혔으며 회사내에서 Test Driven Development의 주제로 Presentation 또한 하였다. 그치만 이 모든것들이 내 갈증을 해소해주지는 못했다.

지쳐가는 시간

언제 끝날지 모르는 무료함은 나를 지치게 만들었다. 스스로 해이해진 시점이었다. 매달말 잡힌 매니저와의 개인면담도 내게 별로 도움이 되지 않았다. 별 도움되지 않는 대화의 연속이었고 딱히 내 스스로 내놓을 수 있는 해결책도 없었다. 가슴 한켠에서는 낙제생으로 도장 찍히고 싶지 않은 마음에 이것저것 시도를 해보았지만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이상 내게 큰 변화를 가져오기에는 힘든 시기였다.

지금와서 돌아보면 내가 조금 더 적극적이지 못했던 것에 대한 아쉬움이 조금 있다. 조금더 적극적으로 PM과 Leads 들을 만나 이야기 했더라면 지금과 같은 상황일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그치만 크게 미련은 없다. 나는 내게 주워진 상황에 최선을 다했고 과거의 잘못에 얽매이는 것이 지금의 내게 하나도 도움이 되지 않으니.

공허함 속의 외침

예상은 하고있었다. 코로나로 인해 이미 한번 겪어봤던 일, 담담했지만 그 누구도 환영할 만한 일은 아니니 아무렇지 않았다면 거짓말이다. 그치만 한편으로는 속 시원했다. 더이상 끝없는 기다림에 마음 고생을 하지 않아도 되었으니 말이다. 움직여야 할 때였다. 또다시 무직. 실업수당이 나오는것이 다행이지만 내가 짜맞춰 놓은 퍼즐의 조각에 문제가 생길 수 있으니까.

2022년 3분기부터 IT업계의 고용악화 이야기가 조금씩 들리더니 4분기 Twitter, Tesla, Shopify, Microsoft, Tesla 등 Big Tech 기업들이 downsizing을 하며 많은 layoffs가 이루어졌다. 그만큼 더 많은 경쟁자들을 상대로 구직에 임해야 했다. 작년처럼 취업준비 기간이라고 새로운 기술을 배우며 여유를 부릴 시간도 없었다.

마음을 추수리고 구직에 열을 올리는데 작년 구직을 하던때 보다 고용시장이 많이 악화되었다고 느꼈다. 2021년 구직을 하던 나 자신과 비교해 현재가 더 나은 스펙이라 자부했지만 작년에 Technical Interview를 자주 봤던 내가 이번에는 서류전형과 HR Interview에서 쉽게 떨어졌다.

Simple Slow Small

핸드폰 바탕화면 위젯에 자주 볼수 있도록 써놓은 문구이다. 어느 유투브 의사선생님께서 우울증 및 좌절감에 대하여 강연해주시며 이야기해주신 세 단어이다. 내 자신에 지쳐있을때 남들과 비교하지 말고 매일매일 조금씩 천천히 내딘 성실한 한걸음이 내일의 나를 빛나게 만들어 줄 마법의 단어. 햇볕 쐬기, 물 자주 마시기와 함께 써놓았는데 긍정적인 태도를 갖는데 많은 도움이 됐다.

무언가 매일 한다는건 쉽지 않다. 그렇지만 부담되지 않았다. 작아도 되었으니까. 경쟁력 있는 내가 되기위해 시간에 쫓겨 마음이 편치 않았지만 천천히 나아갔다. 그래서였을까, 그렇게 꿈꿔왔던 구직의 꿈을 반은 이루고 반은 이루지 못하였다.

미국 Solution 회사에서 Contingent Offer를 받았다. Contingent Offer, 내겐 생소한 용어인데 찾아보니 조건부 고용계약서 였다. 회사에서 내건 조건은 내가 일할 Client가 정해지면 그때부터 효력이 발생하는 시스템이다. Offer를 받았을 당시 연말을 코앞에 두고 고용시장이 얼어있는 것은 감안하면 아직 마음을 편하게 내려놓기는 이르고 그냥 보험정도로 생각하고 있다. 연말이라 구직활동을 조금 내려놓았지만 연초에 구직활동을 이어나가면서 더 나은 조건의 자리가 있으면 미련없이 움직일 생각이다.

꿈 한발자국

언제부턴가 나는 새로운 경험에 관대한 편이다. 낯선 환경에 두려워 꺼려질때도 있지만 새로운 경험을 통해서 남들은 생각지 못한 나만의 해법을 찾고 그 꿈을 키우는 것을 좋아한다. 앞서 언급했었던 개인 프로젝트는 잠깐 뒤로 두고 새로운 프로젝트에 들어갔다. 조그만 인터넷 커뮤니티에 사용자의 편의성을 높인 모바일앱을 구상하였고 광고와 구독 서비스를 겸하여 수익을 창출 할 수 있는 비지니스 모델 또한 만들어 놓았다.

누구에게나 시작은 있다. 새로운 기술들을 사용하면서 점차 익숙해지고 숙련도를 쌓는다. 지금 내가 하는 이 작은 프로젝트는 시작에 불과하다 생각한다. 늘 꿈만 꾸며 일에 치여 미뤄왔던 프로젝트를 하나 둘 내손으로 만들고 언젠가는 그 꿈을 실현시킬테니.

New Year’s resolution

  • 책읽고 생각 정리하기
  • 매일 운동하고 건강챙기기
  • 부모님과 시간갖기

새해에는 나를 돌아보고 주위를 돌보는 시간을 갖고싶다. 코로나 이후 많은것이 변하였고 내 삶에도 많은 영향을 끼쳤다. 가장 큰 변화로 재택근무인데 지금까지 경험을 비춰봤을때 근무시간 및 그외에 주어진 시간을 어떻게 지내냐는 것이 중요하다고 느꼈다. 나는 그 시간을 의미있게 보내길 바라며 내년에는 조금 더 단단하고 큰 숲을 볼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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